[날강도질] 노정태. 이미 말하여진

이미 말하여진
By 노정태 on 자족적인 것들 – 언어로 이루어진 것들
rasugjuriha.8con.net/tt (쓰고 지움)

아주 특수한 경우, 혹은 이러이러한 기사를 쓰겠다고 설득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나는 손으로 쓸 내용을 입으로 떠들지 않는 편이다. 언어를 빚어내는 찰흙은 공기에 노출되면 금새 굳어지는 법이니까. 그리고, 내 구강 기관과 화술을 도무지 신뢰할 수가 없으니까. 그럴 때 나는 침잠한다. 침묵의 이면에서 언젠가 쓰여져야 할 내용을 다듬고 있다.

나는 발화행위가 갖는 어떤 고정(fix)현상에 주목한다. 그것은 혼돈의 덩어리에 불과했던 언어 이전의 무언가를, 다루어질 수 있는 것으로 만든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은 많다. 하지만 말하여지지 않는 한 그것들은, 서로에게 공히 인정되어있고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의, 객관적인 것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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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강도질] 노정태. 이미 말하여진”에 대한 2개의 응답

  1. win85

    어찌 주서오신 겁니까? 원 블로그에도 없던데.

  2. RSS 리더기요. 블로그라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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