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책임과 사회 책임

성적이 죽을 쑤니 우울하고, 우울하니 친구들이 슬슬 피한다. 특히 이번 10월 학술회를 같이 계획하면서 친해진 애들이. 좀 걱정이 된다 – 혹시 친구들이 나 따라서 곤두박질 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거리를 두는 것이 오히려 안전할 것이야. 폭주하려면 혼자 폭주하시라. 그래, 이번 학기는 아무래도 뒤죽박죽이니 알아서 각개전투하고, 담학기 새 수업, 새 계절에 다시 만나자.

근데 하나는 12월에 졸업하고 하나는 해외연수 간다. (마다가스카로 간다고 그랬던가? 좋겠다)

음, 그래서 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남에게 부담되는 것이 제일 싫다. 부담 된다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진다는 말이다. 난 개인 책임으로도 버겁다. 사회책임과 개인 책임이 서로 얽히면 좋은 면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건강에 안 좋을게다.

그래서 여럿이 모여서 하는 수업 프로젝트도 감당 못한다. 그 엄청난 책임의 압박은.. 한번은 다섯명이 모여서 대여성 폭력에 대한 10분짜리 발표를 해야 하는 때가 있었다. 서로 일을 하고 두번째로 모이기로 한 그 주말, 난 감기몸살설사를 앎았다. 그리고 미안해서, 연락도 안 했다. 세번째 모임에 나가니 조원이 쥑일락 말락 하면서, 이거 어떻게 책임 질래! 이런 놈이 어딨어! 하는 거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책임 질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어찌 어찌 해서 발표는 무사히 지나갔지만, 그때 엄청 화낸 조원은 결국 철학과로 옮겨갔고, 딴 학생는 아마 오늘 날 까지도 내가 아시아판 마초라서 과제를 안 한 줄로 알 고 있을 거다. 나중에 인권 수업에서 서로 마주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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