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낙마기

작년 여름에 살던 집 그리고 금년 1월경 누군가가 훔쳐간 자전거 1호. 이야기에 나오는 자전거는 현재 갖고 있는 3호. 흰 콘돔처럼 보이는 것은 비 내릴 경우 의자가 젖지 말라고 싸매놓은 비닐봉지.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제발 창고에 갖혀있지만은 마라.

난 자전거를 타고는 어딘가에 부딛혀 날라가는 감각이 참 탁월하다. 그게 아니면 통뼈가 굵은지도 모른다. 아님, 피가나고 살이 찢겨나가도 무뚝뚝한 사회적으로 정의된 마초의 역할을 잘 연기한다던가. 어쨋든 중요한 점은 차에 부딛히고 펑크가 나서 또는 도로의 큰 구멍에 자전거가 엉켜서 {자전거를 부둥켜안고/자전거에서 튕겨저 나와} 바닥을 굴러도 정작 몸을 말짱하다는 말씀이다.

금년 구월 초, 밤 열시경에 일하는 곳을 나와 열심히 자전거를 달리고 있었다. 여긴 자전거 인프라가 나름대로 좋다. 전용 도로도 있고 웬만한 곳은 다 연결되는 자전거선.. 거길 타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중인데 문제는 암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했다는 것이다. 내가 검은색 가방을 쓰는 것이 이럴 때 문제가 된다. 헤드라이트 같은 것도 없다.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자고 싶어서 페달을 밟다보니, 세상에, 갑자기 오른쪽에 주차해있는 차에서 문이 덜컹 열리는 것이다. 깜짝 놀라서 악 할 시간도 없이 오른쪽 손잡이가 차 문에 걸리고, 자전거는 거기서 손잡이를 축으로 공회전하고 난 나가떨어졌다.. 튕겨저서 보도에 한바닥 굴렀던 것 같다. 보통은 책가방에 노트북 컴퓨터를 가지고 다니는데 그랬더라면 박살 날 번 했다.

이럴 경우 가장 걱정되는 것이 상대편이 내가 심하게 다친 줄 알고 호들갑을 떨까 이다. 바로 일어서서 “어.. 나 괜찮소.. 다친 곳 없고. 그 쪽은 괜찮나? 허허 내가 오래 살다 보니 공중도 날아다니고..” 운전하던 사람은 어떤 여자인데 다른 남자랑 같이 차를 나와서 괜찮냐교 방방 뜨고 있다. “우린 괜찮고.. 날아가서 쳐박혔는데 우째 괜찮다는 말이에욧!” “음 제가 원래 이런 일에 익숙해서.. 요령이 생겼나 보죠 근데 전 자전거 손잡이 가지고 그 쪽 손가랍을 찌그러뜨리지 않나 싶었는데” “아뇨 괜찮아요”. “그럼 전 괜찮으니까 이만 봅시다.. 안녕~”

집에 와서 보니 헬멧의 플라스틱 포장이 깨져 있었다. 오늘은 좀 강도가 심했군.

그 밖에.. 자갈길에서 주르륵 미끄러셔 종아리와 허벅지에 피를 철철 흘리며 계속 시내로 달려서 여행사에서 비행기표 하나 예약 했던 것.. 아무래도 불쌍해 보이면 더 싸게 살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효과 없었음.

또는 수업에 늦어서 자전거를 내달리다 길의 표면이 엇갈리는 곳에 바퀴가 끼여서 넘어진 일. 자신이 하도 한심하여 그대로 누워있자니 사람들이 중상인줄 알고 우르르 몰려옴.

개코님의 “이 생경한 느낌…” 보곤 트랙백 할만하지 않을까 싶어 몇 자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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