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적절 그리고 행동 판단

밤 10시, 기금 조성이 끝나고 wilshire 랑 vermont 교차로, 막 720번 버스에서 내려서 다음 버스를 타려 걸어가는데.. wilshire 저쪽에서 막 뛰어오는 아가씨가 있었다. 다리를 절뚝이며, 아니 근육 신경에 손상이 가서 뛰어가는데 몸의 밸런스가 안 맞어 아주 힘들게 절뚝이고 있었다. “여기 버스 탈 사람 있어요! 기다려줘요!”

사실 그 속도로는 금방 금방 가버리는 버스를 잡을 수는 없었지만, 저 정도면 운전사가 눈치 채고 기다려주겠으니 하고는, 멀뚱멀뚱 뒤돌아보며 기다렸다. 버스 앞쪽에서 막 자전거를 하차한 사람도 별 말을 않고 아가씨를 보고 있었다. 몇 번, 운전사에게 가서 이야기 해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꼭 나설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그리고 힘들어서, 보다가, 왠일인지 버스가 떠나는데 좀 오래 걸리더라, 그리고 안쪽 차선으로 바꾸는데서 멈칫 거려서, 타려나 보다 싶었건만,

버스가 가버렸다.

소심한게 죽도록 죄스럽게 느껴지더라.

버스 앞으로 뛰어가서 “아저씨 저기 뒤에 오는 아가씨가 있는데 근육 문제 땜에 못 뛰어요! 기다려주세요” 한마디 하면 이 분이 담 버스를 심야시간에 20분이고 30분이고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데. 이제 출근하는데 늦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오후 내내 간호사복 입고 일하다가 이제야 돌아가 눈 좀 붙이고 6-7 시간 정도 자는 때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30분은 상당한 손해다.

일단 기회가 가버리면 판단이 명확해지며 적절한 행동의 방향을 깨닫게 된다. 얄팍하게 행동을 취할 수 있는 타이밍에는 몸이 절로 판단을 흐리는 것인지도

행동을 필요한 시점에, 그리고 어떠한 행동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행동 가능한 구간 동안 내리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때마침 버스 승객 조합 티셔츠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부끄러웠다. 모퉁이를 넘어 시선을 피한 후 눈물을 잠시 글썽이다가 이를 간추려서 글감이나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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