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에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스피어에는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왜 나는 남들의 관심을 잔뜩 인식하며 굳이 인터넷이라는 공개된 공간에 글을 쓰는가”라는 주제로 자신의 위선적인 의식에 대해 스스로 질타를 가하는 블로거들을 가끔 볼 수 있었다. 인터넷 글에 (요즘 들어 리트윗이라는 수단을 통해 더욱 더 진입 장벽이 낮아진) 자기 과시의 면모가 분명 있기는 하지만, 내가 기억하기로 인터넷에 글을 쓰던 이들은 공통점이 하나 정도는 있었을 것이다. 사회의 주류 담론을 듣고만 있자니 짜증이 머리 끝까지 솓는 것이다. 그것이 신문이던, 인터넷이던, 주변 지인들 사이에 형성된 암묵적인 서사이던간에.
여러가지 사회 이슈에서 주류 담론들이 오랜 세월동안 축적해온 기본 전제들의 목록은 매우 길다. 그리고 논지의 문제 아닌, 경험이랄까.. 재료가 되는 정보의 오류랄까, 악의적 비틀기도 상당하다. 그걸 하나씩 지적해내가며 말로 논쟁을 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주류 논지의 문제를 원래 전체가 아니라 조금씩 경험을 해가며 발견해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서사의 충돌은 가벼운 말다툼 또는 무시로 끝나게 된다. 이것이 쌓이며 점점 더 화가 나다가, 마침 그 시기에 처음 생기기 시작한 인터넷 매체라는 통로를 통해 폭발한 것이다. 글은 (글쓴이의 인내심이 허락한다면) 오랜 기간 손질해서 논점의 흐름을 정리하고 반복적인 내용을 압축하는 등의 작업을 통해 가독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어려운 논지도 차근 차근 전달을 시도하는게 가능하다는 점도 매체로써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정신적으로 기형적이라고 할 수는 있어도, 자기 포장이라고만 치부 할 수 있을까? 지도 교수의 충고를 여기서 적절하게 사용해도 되겠다. “네가 아무리 대단한 생각을 하고 있어도, 그걸 글로 계속 써보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그 생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정도가 아니다. 수년이 지나면서, 그 생각의 논리 전개는 잊혀져가고, 분노의 감정만 남게 된다. 물론 저항에 있어서 written text/지식의 엘리트화/문명으로 이어지는 흐름에 대해 여러가지 지점의 비판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학생에게 하는 조언으로써는 충분히 좋지 않은가, 라고 생각하게 된다.
화가 나면 글을 쓰고, 그 대상이 권력이라면 운동으로 맞서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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