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화의 “나비효과”, 저작권 공유 정신이 이끈다

김용호/민족학교 시민참여 코디 (중앙일보 9-30-09)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1991년 영화 “쥬라기 공원”에는 말콤이라는 이름의 과학자가 등장한다. 그는 카오스 이론을 언급하면서 쥬라기 공원의 기획이 위험하다고 주장하고 이른바 나비효과라는 것을 예시로 든다. 특정 조건 속에서 브라질에 있는 한 마리의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그 효과가 복합적으로 나타나 미국 텍사스에서 여름철 토네이도 발생 유무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세상사는 워낙 복잡하고 서로 얽혀 있어서 예측지 못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논리인데, 한자권에도 ‘새옹지마’라는 비슷한 개념의 고사성어가 존재하기 때문에 한인들에게 생소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근래 들어 세계인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창작물을 생산해내고 있다. 이제는 널리 사용 되는 있는 블로그 같은 도구나 유튜브 등 사진 또는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글이나 사진 등 창작물을 만들고 이를 쉽게 배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협업(協業)이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도시의 풍경을 찍어 그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 그 사진을 본 이가 영감을 얻어 시를 써서 사진과 함께 다시 올리거나, 누군가 작곡을 하면 다른 이가 거기에 가사를 넣어 노래를 녹음해 다시 공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정치 패러디라는 장르를 통해 대중화 되었지만, 세계적으로는 대학생들이 모여서 밴드를 구성하고 연주 곡을 선택 할 때, 또는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창작물을 만들 때 널리 사용 되는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처음에는 단순했던 창작물이 다른 이의 손을 거쳐 보완되고, 재창작 되고 그것을 더 많은 이들이 보고 즐기는 것, 이것은 문화의 나비효과가 아닐까?

그러나 저작권 법이라는 큰 장애물이 협업을 저해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89년 이후, 국제적으로는 1886년 이후로 모든 창작물은 자동적으로 저작권 보호가 되고 원저자가 아닌 이들은 창작물을 복제 또는 변형하지 못하게 규정 되었다. 유튜브에서 인상적인 음악을 들은 후 즉흥적으로 거기에 어울리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면 원 저자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소송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원저자와 합의를 한 후 제작을 할 수도 있지만, 허락을 요청하고 기다리는 사이에 처음 머리 속에 떠올랐던 영감은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애초에 원저자는 자신의 음악 하나를 사용하는 것이 그렇게 복잡해지는 것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 대부분 아마추어로서 창작물을 생산하는 이들은 자신의 창작물이 많은 이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변형 된 형태라도 더 널리 알려지는 것이 만족스러울 수 있다.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 된 것이 대안 저작권 라이선스 운동이다. 자신의 창작물을 배포 할 때 기존의 제한적인 저작권이 아닌, 더 허용 범위가 넓은 저작권 라이선스를 통해 널리 나누어 가지자는 것이다. FSF재단, 크레에이티브 커먼즈 (www.CreativeCommons.or.kr) 및 한국에서 활동하는 정보공유연대 등의 단체들이 앞장서서 자료 공유의 가치를 설파하고 공유를 위한 법적 프레임 및 라이선스를 만들고 있다. 그 중 가장 널리 수용 된 것이 위키백과 웹사이트에서도 사용하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 허락(BY-SA) 라이선스이다. 이 라이선스를 채택하면 자신의 창작물을 자유롭게 복제 및 변경 할 수 있도록 허락하며 단 2차 창작물이나 복제물이 배포 될 때 원본을 구할 수 있는 곳 (일반적으로 원본을 구할 수 있는 웹사이트 주소)을 명시하고 2차 창작물이나 복제물에 동일 라이선스를 적용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상업적으로 재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그럴 경우 상업 망을 통해 널리 배포되면서도 그 상품이 자유롭게 복제가 가능하여 저소득층은 합법적으로 복사본을 돌려 보고 여유 있는 이들은 이를 구입하는 이상적인 상황에 도달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문학적, 예술적 감수성이 가장 예민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을 통해 사진, 동영상, 작문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동영상 제작을 실험해보고 있는데 제한적인 저작권 법 때문에 거의 모든 자료를 이용하는 것이 불법이 되어버린 판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과 동영상의 1차 원전을 제공하는 이들이 저작권 공유 라이선스를 채택하는 것은 청년들의 창의성 발휘를 위한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민족학교도 사진이나 동영상등의 창작물을 널리 공유하고 특히 위키백과 등의 리퍼런스 웹사이트가 백인 시각 위주로 쓰여지는 현실을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 2009년부터 실무진 사이의 합의 아래 사진 및 다양한 저작물을 BY-SA로 배포하고 있으며 그 결과 사진이 다양한 웹사이트에서 사용되고 어린이 건강보험 캠페인 사진이 해리 리드 상원의장의 위키백과 페이지에 실리는 성과를 낳았다.

현대문화의 ‘나비효과’, 즉 사람들이 자유롭게 문화 창작물을 공유하며 더 많은 즐거움을 누리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를 위해 글을 쓰는 이들, 취미로 사진을 찍거나 작곡하는 이들, 그리고 저자 및 예술가들에게 저작권 공유 라이선스 채택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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