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쨌든 게으르게 사는게 좋아서 집이 엄청나게 작은데도…

나는 어쨌든 게으르게 사는게 좋아서 집이 엄청나게 작은데도 (아파트 문에서 바로 방으로 이어지는 구조이고, 그 방에 화장실과 부엌이 따로 달려있는 구조인데, 메인 방이 20피트 x 10피트 밖에 안 되는 작은 방이고 나머지도 다 콩알 수준) 거의 청소를 안 하고 살고 있다. 눈에 먼지 더미가 보이면 진공청소기를 갖다대기는 한다. 그런데 부엌은 6년 동안 청소를 안 해서 (메인 방과 달리 linoleum 바닥이라서 먼지가 본격적으로 쌓이기 시작하면 청소기로는 안 되고 대걸래로도 원래의 하얀색으로 되돌리는게 만만치가 않다) 본격적으로 하려니 도무지 엄두가 안 나서 작년 사람을 $150에 고용해서 부엌 바닥만 닦은 뒤 그 다음부터는 혼자서 간간히 스팀기로 닦는 시도를 해보려고 하고 있다. 근데 아직도 그저 회색인 상태에서 도무지 가시적인 진전을 못 보겠다..

대학 기숙사에 살때는 좁은 침대에서만 자다가 2011년에 입주했던 아파트에 기본으로 놓여있던 킹사이즈 침대가 넓은게 너무 좋아서 2012년에 새로 이사온 집에도 방 면적의 1/4를 족히 차지하는 커다란 침대를 들였다. 다 좋은데 문제는 침대가 너무 넓으니 침대 밑 중앙 부분에는 휴대용 청소기도, 목이 긴 청소기도 안 닿아 도무지 먼지를 빨아들일수가 없다는 점이다. 몇년동안 청소를 안(못?)하니 먼지 더미들이 사막의 아지랑이 마냥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형상으로 굴러다닌다. 작년에 집에서 숨쉬는게 힘들어서 고생하다 알고 보니 집의 창문 철사망에 먼지가 너무 두껍게 쌓여서 공기가 잘 안 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적도 있다.

한국에 사는 친구가 로봇 청소기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제품의 장단점을 연구하고 있다길래 “어 그런 로봇이면 내 침대 밑 먼지 문제를 해결할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좀 써보고 영 아니다 싶으면 반품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일단 가성비가 좋다는 샤오미 사의 제품을 주문했다. 이 물건이 경쟁사 (대표적으로 룸바) $600 짜리 제품들의 성능을 낸다고 한다. 아니 근데 $250에 산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360이네.. (언제 또 가격이 올랐지?)

초창기에는 원격조정용 앱조차 다 중국어로만 사용이 가능했고, 지금도 동봉된 매뉴얼이나 기본 설정이 다 중국어인듯, 중국 시장 내수용으로 만든 후 인기가 좋아 엉겁결에 해외에도 내놓은 티가 팍팍 나는 제품인데, 3일 정도 써본 지금은 괜찮은 느낌이다. 처음에는 밤새 충전 후 전원을 켜도 5분 남짓 돌아가다가 갑자기 전원을 소진했다며 그자리에서 그대로 주저앉았는데, 지금은 출근 후 전원을 켜두면 약 20분 청소를 진행 한 후 스스로 알아서 충전 포트로 돌아가서 꽂혀있다. 적절한 간격으로 (3일마다? 매주?) 청소를 해둔 뒤, 청소기의 바닥을 청소해주거나 (빨아들인 먼지가 너무 많으면 바닥 수북히 먼지가 낑겨있다. 한바탕 깨끗해진 지금은 안 낌), 청소중에 잡아먹은 양말이나 세탁기 종이를 빼주거나 등의 작업을 해주고 스팀을 돌려주면 완벽한 느낌이다.

처음 써보기 시작한 지난 주말에는 이 기계가 완벽하게 작동하는 모습을 못 보았고, 출근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내가 집에 없을 때 돌아갔는데, 오늘은 궁금해서 집에 있을 때 돌려보았다. 청소기가 바닥에 놓인 이런 저런 물건과 가구들을 슬슬 밀어대며 지난 청소 때와 비교 해 바뀐 집 구조를 파악하고(출근 중일때는 자전거가 차지하는 공간이 빈다. 집에 들어오면 방 안에 갖다둠) 구석 구석 다 들어가 청소를 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방 구조

편하긴 한데, 사실 침대 밑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지금까지도 나름 청소를 처리할 수 있었다. 냉정하게 따져보자면 이 기계의 유일한 메리트는 침대 밑이 닿는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소파 밑도 쉽지는 않았지..) 이거 하나를 위해 이 기계를 사는게 이성적인 선택인 것일까?

근데 기계를 충전포트에 연결해주면 새침(하게 느껴지는) 목소리로 “뚱덴죠”(충전중)라고 하는게 좀 츤데레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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