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 & John Comaroff 의 Bodies of Power, Spirit of Resistance 의 첫 다섯 페이지를 읽는데 세 시간이 걸린적이 있다. 교회를 매개로 한 봇스와나/남아공 경계 지점에 거주하는 치디족 (Tshidi) 의 저항운동에 대한 민족지를 서술하기에 앞선 이론적 배경이었는데, 얼마나 이 사람들이 말을 꼬아 하는지, 화살표 그려가며 해독하는 데 그랬다.
헌책이기에, 나보다 앞서 이 책에 줄을 그어놓은 학생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이넘이 상당히 맘에 안 들었다. 치디족 추장이 하는 말은 하나도 안 그어놓고 그에 대해서 백인 연구가들이 왈왈 거리는 것에만 줄을 그어놓은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 책을 읽는 두주동안 이 녀석과 여백에서 전쟁을 벌였다. 끄적거려놓은 메모에 반론을 제기하고, “넌 사회 이론이 백인의 머리에서만 나오는 줄 알지?” 하며 적어두기도 하고, 그랬다. 그 책을 토론하러 온 날, 반응이 거의 없어서 낙담하게 되었다만… 참 이쁘게 알록 달록 새겨놓은 여백이었다.
그 책은 감옥에 기증하고 이젠 없지만, 답변을 듣지 못할 질문과 토론을 여백에 적어놓는 삽질은 계속된다.
저건 George Frederickson 의 White Supremacy: a comparative study in american & south african history 중, 나보다 앞서 빨간 볼펜으로 쓴 이가 “저자가 왜 유럽의 확장 이야기를 꺼내지?” 하며 의아해 하니 내가 “아 그기 니가 앞서 줄 그어놓은 것처럼 아메리카 대륙 영식민지의 프랑스령 점령은 농업에 치중함으로 서구세계의 확장으로 인식되었지만 남아공의 트렉커들은 원시로 치부되는 유목 활동에 종사함으로 야만세계에 흡수되어버리는 것으로 인식되었다는 소리여” 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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