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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회”의 사회 다시 되찾자

민족학교 김용호 시민참여 코디 (한국일보 9-10-2012)

미국에서 8월에서 9월까지는 학생 및 학부모들이 한참 바쁜 시기 중 하나이다. 초중고 학교 및 대학교들이 일제히 개학을 하기 때문이다. 스케줄이 방학 일정에서 학업 일정으로 바뀌고, 교육 용품을 준비하고, 수업 등록을 하는 철이다. 특히 학부모들의 경우 새 학년을 시작할 때마다 이유 모를 설레임과 함께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게 된다. 새 반에는 잘 적응 할 수 있을까? 공부가 힘들지는 않을까? 이 설레임의 근원에는 교육이 학생의 미래에 큰 역할을 한다는 자각이 관여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에 중요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의무 교육 제도는 평등한 사회 구현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은 19세기 중반부터 의무 교육 제도를 추진하며 대대적으로 공립 초중고 교육 제도 및 주립 대학 건설을 추진했다. 20세기 초반에는 “효율주의자” 또는 “진보주의자”라 불리는 일련의 교육 사상가들이 교육이 민주주의의 건강한 발전을 뒷받침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교육 기관들을 대규모로 확충했다. 그 결과는 탄탄한 교육 제도와 이를 기반으로 한 중산층의 출현이었다.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무료 교육을 받고 저렴한 공립 대학 과정을 이수하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고 경제적으로 자립 할 수 있다는 것은 당 시대의 사회 구조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큰 변화였다. 이는 미국이 세계 각지 이민자들의 제 1번 행선지로 자리잡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교육의 평등, 나아가 기회의 평등은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표현으로 미국 사회에 하나의 가치관으로 뿌리 깊게 자리잡았다.

물론 미국 역사에서 흑인, 여성, 한인을 포함한 소수민족이나 이민자에 대해 적대적 및 차별적인 정책 및 사회 분위기가 조성 될 때는 교육에 대한 기회 또한 가로막히곤 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주민 및 정치인들이 차별을 철폐에 앞장설 때는 꼭 교육 평등, 다시 말해 교육에 대한 접근권이 핵심 이슈 중 하나로 등장하였다. 교육 제도가 평등해지는 것이 사회의 나머지 차별적인 부분들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교육은 소수민족이자 이민자 뿌리를 가지고 있는 한인 커뮤니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근래 들어서는 학교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는 학생들 및 학부모들의 표정이 밝기만 하지는 않다. 만성이 되어버린 교육 예산 적자 때문이다. 2008년 이후 캘리포니아 주의 유아 교육 제도에서만 12억 달러의 예산이 삭감되고 10만명의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을 기회를 놓쳤다.

민족학교의 고등학생 자원봉사자 중 페어펙스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많은데, 페어펙스 같은 공립 학교는 교사 부족으로 학생 수가 교실 당 50명까지 오르고 대학 카운셀러나 도서관 전담 직원을 고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붕 수리나 파이프 시설 수리도 미뤄지고 있는 상태이다. 캘리포니아 전 주의 학교들이 이렇게 예산 부족으로 위기 상황이며 아예 교육 일자를 3주 줄이자는 제안도 고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예산 위기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교육 제도의 예산 위기는 주 전체의 예산 위기와 직결되어 있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2012년 초 92억 달러의 예산 적자로 시작했다가 현재 157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고소득층, 특히 소득 기준 상위 2%에 속하는 최고 부유층의 탐욕 때문에 조세 제도가 해가 갈수록 어긋나고 있다. 이것은 탈세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조세 제도가 부유층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지고 매해 법 개정을 통해 부유층 및 대기업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세법이 바뀌는 것에 있다. 여기에 경제 위기의 여파마저 덮쳐 캘리포니아가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예산 연구소(CBP)에 따르면 소득이 상위 1%에 속하는 최고 부유층은 실제로 내는 세금 금액이 지난 10년 동안 11% 이상 줄어들었으나 저소득층 및 중산층의 세금은 늘어났다. 예산 위기를 맞아 교육과 복지가 삭감되고 있는 속에서도 부유층을 위한 특혜는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제시한 “상위 2% 증세 주민발의안”, 주민발의안 30번이다. 이 발의안은 일년 부부 소득이 50만 달러 이상인 고소득층의 세금을 1% 에서 3% 까지 올리고 판매세를 0.25% 인상해서 교육 제도와 복지 등 정부 예산을 원할하게 충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의 교육 제도는 또 다시 예산 삭감을 감내 할 만한 상황에 처해 있지 않다. 부유층은 사회에서 얻은 만큼 책임있게 세금으로 환원하는 것이 이치이며 모두가 함께 상생하는 방법이다. 우리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 교육과 복지를 지켜내고 사회에서 누구나 성공 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유지할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이다. 11월 선거에서 우리의 투표는 이처럼 커뮤니티에 큰 파장을 끼치는 사안을 결정하게 된다.

민족학교는 주민발의안 30번을 통과시키고 교육과 복지를 지켜 누구나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평등한 기회를 복원하기 위하여 선거 참여 캠페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산 논의에 선거를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누구나 평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이상인 아메리칸 드림을 지켜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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