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의료권익 운동 이제 시작이다

김용호/민족학교 시민참여 코디 (중앙일보 11-25-09)

의료개혁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상원에서 논의가 본격 화 되는 등 의료개혁 논의가 다음 고비로 전환 되는 시기임에도 새로 도입 될 의료 제도 내에서 이민자들에 대한 고려는 매우 실망스럽다. 상원에서는 서류미비자들을 명시적으로 언급해가며 이들이 자신의 비용으로 공공의료 보험 플랜 (exchange)에 가입하는 것까지 금하고 있다. 거기다 하원과 상원 모두 합법적 이민자들이 공공 의료보험을 받을 때 5년 간 대기하도록 두고 있다.

혹자는 영주권자 5년 대기 기간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냐고 반문 할 수도 있다. 그러나 5년 대기 기간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1996년, 반 이민 공세가 어느 때보다도 강했던, 그리고 반 이민 세력이 다수를 점하고 있던 시대에 통과 된 불공평한 정책이다. 시민권자와 동등하게 세금을 내고, 성실히 일하는 영주권자가 단지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이유 만으로 혜택을 받을 자격을 박탈 당하는 것은 차별이오, 부정의 이다. 정의로운 “변화”를 이야기하는 오바마 행정부가 이민자에 대한 차별을 그대로 두고 의료 개혁 및 이민 개혁을 이야기는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민자 커뮤니티를 위한다고 말할 자격이 있으려면, 그리고 아직 이민개혁에 착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엇인가를 보여주려면, 바로 5년 대기 기간 폐지가 그 첫 조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이민자 커뮤니티에서는 10년 넘게 교육, 정책 결정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활동을 통해 이러한 차별 폐지를 주장해오고 있었다. 의료개혁과 함께 이러한 정책이 제정 될 것을 기대하고 있었던 바이기에 5년 대기 기간이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 충격은 컸었다. 민족학교와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를 비롯 해 각지의 이민자 권익 단체 및 의료권익 단체들은 힘을 모아 이러한 요구를 전달하기로 결의하였다.

하원의 법안 통과 후 불과 2주라는 짧은 기간 내에 무려 6,000 건이 넘는 지지 서명이 모아졌으며, 250명의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11월 23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사무실 앞에 모여 의료개혁 논의에서 이민자들을 포용하기 위해 더욱 분발 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배제가 아닌 포용”, “증오가 아닌 건강을” 등의 구호를 들고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한인, 중국계, 라티노, 연장자, 어린이, 대학생 등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이민자 커뮤니티의 의지를 상징하는 촛불을 들고 한 목소리를 내었다.

이와 동시에 워싱턴 DC에서 미교협과 카사라는 이민자권익 단체가 특히 이민자들에 대한 증오로 악명 높은 조 윌슨 하원의원의 사무실을 점거하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사안의 긴박함을 널리 알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집회 연사들의 발언은 우리말,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로 공동 진행 되었다. 이번 집회를 통해 의료권익을 둘러싼 이민자 커뮤니티의 결집이 더욱 가속 활 될 것으로 보인다. 서명 캠페인에 있어서도 기존의 2,000명 서명 목표를 초과하여 전국에서 10개가 넘는 도시에서 다양한 소수민족 커뮤니티 단체들이 수백 수천 장의 서명을 모아서 보내주었으며, 매일같이 민족학교 사무실 팩스로 평생 만나본 적도 없는 타 주의 단체 및 지역 주민들이 서명 용지를 보내고 있다.

2009년 12월은 이민자 커뮤니티의 의료권익에 있어서 첫 중대한 고비이다. 이에 발맞추어 지난 2주간의 캠페인에서 중국계 커뮤니티를 비롯해 이민자들의 참여는 지난 몇 년 간 전례가 없었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1996년 이민자들이 대거 결집 한 수준 다음으로 광범위하게 연대하여 공동의 권익을 지키려 하는 것이다. 의료개혁 논의 참가는 한인 커뮤니티에게 주어진 시대의 과제이다. 우리 지역 사회는 이러한 도전과 기회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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