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감세” 과연 가계에 도움 되나

김용호/민족학교 시민참여 코디 (중앙일보 10-14-09)

2009년 들어 저소득층 및 중산층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이슈는 연방 의료개혁과 캘리포니아 주 정부 예산 위기라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의료 비용 수준을 생각 해 볼 때 개혁을 통해 부담액이 낮아지면 살림에 큰 도움이 되고, 마찬가지로 헬시페밀리나 메디칼, 공립대학 학자금 지원 등의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지원 되면 생활이 수월 해 질 수 밖에 없다.

의료 및 주 정부 예산 개혁 이슈에는 의외로 한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양쪽 다 개혁에 비판적인 이들이 가장 크게 내세우는 이유가 세금 인상 반대라는 점이다. “국가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하면 세금이 급증해서 사회주의 수준이 된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예산을 위한 증세가 왠 말이냐” 라는 주장이 다 반대론자들이 퍼트리는 논리이다. 물론 감세 논리에도 일리는 있다. 몇 년간 힘들게 일해서 겨우 장만한 집 모기지 내는 것도 버거운 형편이니 재산세를 줄여주면 숨통이 트인다거나, 또는 여름에 받는 감세 환불 수표로 겨우 각종 청구서를 해결하고 생활을 해나가는 분도 있을 것이다. 이런 어려움에 빠져 있을 경우 간접세를 올리는 것은 가혹한 조치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발자국 물러서서 왜 나의 생활이 이토록 어려운지, 어떻게 세금 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높은 모기지를 요구하는 집을 사게 되었는지 생각 해 보면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볼 수도 있다. 빠듯하게 유지해나가던 가계가 가족이 병원에 며칠 입원하여 수술을 받게 됨으로써 무보험자로서 병원비를 감당하느라 불안정해진 것은 아닌지? 모기지를 내면서 꾸려나가던 중산층 가정이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고 정부 학자금이 삭감 되면서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닌지? 의외로 가정 지출 항목 중 상당 부분이 의료보험이나 학자금 등 정부가 세금으로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근래 들어 일부 소수의 백인들이 보스턴 차 사건을 강조하며 마치 미국의 국민들이 항상 세금을 거부한 것처럼 묘사하지만 역사적으로 미국은 정부 예산을 들여 기차선과 고속도로를 개통하고 약체 산업을 육성하고 각종 사회 프로그램을 유지 해 온 부분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세금이란 것은 경기의 흐름을 따라서 적절하게 조정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세금의 인상만 제한하고 세금 인하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마치 운전자의 한 손을 묶어 놓은 채로 자동차를 운전하라는 것과 다름 없어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 예로 1998년 캘리포니아 주의 차량등록세(VLF)의 대대적인 인하가 결정 된 후로 주 정부 수입은 줄어들어 2008년에만 6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이 세금을 예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 만으로도 주 예산 적자의 많은 부분을 메울 수 있다. 그러나 차량등록세 복원은 세금 인상에 제한 조항에 발목이 잡혀 금년 여름에 겨우 1998년 수준의 절반으로 돌아온 상태이다.

정부 예산과 의료개혁, 이 두 가지의 중대 이슈는 둘 다 세금 정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특히 캘리포니아 주는 이제 더 이상 낡은 생각을 고집해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위기에 봉착 해 있다.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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