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게 꿈을 이룰 기회를 달라
교차로 11-2-07 A4, 11-5-07 A4
http://krcla.org/blog/652/
몇 년 전, 미네소타 주에 있는 공립 초등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에 자원해서 초등5학년 어린이들에게 읽기와 수학을 가르칠 기회가 있었다. 어린이들의 세계란 오묘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들을 쏟아내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독특하다. 어린이들이 가장 즐겨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자신들이 커서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것이다. 자기 할머니처럼 다리가 아픈 사람들을 돕겠다는 어린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어린이, 빨간 모자와 망토를 두르고 멋있게 불을 꺼 사람들을 구하는 소방수가 되고 싶다는 어린이… 어린이들은 각자 이런 아기자기한 꿈을 먹고 자란다. 세상이 아무리 어지럽고 사회가 혼탁해도 희망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어린이들이 나중에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런 어린이들의 꿈을 짓밟고 있다. 어릴 때 미국으로 와서 이민신분이 없이 초중고 학교를 마친 서류미비자(불체자) 학생들은 대학을 가는 것도 어렵고 원하는 일을 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다. 대학을 가려니 돈이 부족하고, 정부에선 보조금을 주지 않고, 막상 합격해도 학교측에서 온갖 차별을 가하고, 학비를 보충하려 일을 하려고 해도 퍼밋도 없으며, 부모 세대의 본국으로 돌아가 그곳의 사회에 적응하는 것도 버거운 일이다. 현재 미국에 이러한 사정에 처해 있는 이민자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170만명이나 된다. 한인 5명 중 1명이 서류미비자인 현실 속에서 이러한 상황은 결코 외면 할 수 없는 것이다.
2001년 처음 제안 된 드림법안은 이민자 청소년들의 고충을 해결하려 제안되었다. 여러 수정을 거친 드림법안의 현재 형태는 2002년 이전에 16세 이하의 나이로서 미국에 들어온 서류미비자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임시영주권 신분을 주고 2년 과정을 이수 할 경우 일반 영주권을 신청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드림법안은 애초에 포괄적 이민개혁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드림법안을 지지하는 이들은 지난 2년간 포괄적 이민개혁안의 통과에 힘을 쏟아 왔다. 그러나 2007년 6월 포괄적 이민개혁안의 연내 통과가 무산 됨 으로서 드림법안의 독자 통과가 가속되기 시작했다. 민족학교의 청소년 모임 “오렌지”는 올해에만 엽서카드 1,700장을 모아 의원들에게 보내며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고, 6월은 “만일 드림법안이 통과된다면…”을 전제로 서류미비자 학생의 대학 졸업식을 연극을 통해 시각적으로 연출하는 행사에도 참가했다. 민족학교는 현재도 웹사이트 krcla.org/dream 을 통해 엽서카드 보내기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드림법안에 희망을 걸은 수많은 학생들과 부모님들, 그리고 한인•이민자 커뮤니티 성원이 전화 걸기, 엽서카드 보내기, 단식 등을 통해 참여한 결과가 가을이 되면서 차차 보이기 시작했다. 9월에는 의원들이 국방예산안에 첨부해 동반 통과를 시도 했으나 국방예산안과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격렬한 논의 끝에 토론 시간이 부족해 드림법안이 논의되지 않았고, 10월에는 단독법안이 재 상정 되어 드림법안 도입 이래 사상 최초인 상원 전체투표라는 결실을 얻어냈다.
10월 상원 투표는 드림법안의 “토론 종결”(cloture)라는 절차 도입 여부에 관한 것 이었는데, 승인 시 드림법안에 대한 토론 시간을 제한하여 빠른 시일 내로 최종 투표를 걸쳐 드림법안의 성패를 가릴 수 있는 절차였다. 특수한 절차라서 50표가 아닌 60표를 얻어야만 승되는 절차이며 비록 찬성 52표, 반대 44표로 승인되지는 않았지만 그 결과로 드림지지 공화당 의원이 12명이나 되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드림법안의 통과를 위한 전국 전략을 구체적인 찬반 자료 위에 세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드림법안에 대한 표결을 추진 할 정도로 상원 민주당 지도부를 움직인 것 또한 이번 표결의 성과이다.
이러한 변화는 전적으로 커뮤니티의 열정에 힘입은 것이다. 어느 SAT 학원에서는 학생들에게 수십 개의 서명을 받아 민족학교로 보내주었고, 할머니들은 청소년의 미래를 위해 아파트를 돌며 서명을 받아 전달하기도 했다. 매일 같이 메케인과 카일 의원의 사무실에 전화해 드림법안 지지를 호소하는 애리조나 주의 어머니 같은 분들의 노력에 힘입어 드림법안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토론종결 절차가 통과되지 않았다고 해서 드림법안 연내 통과가 “무산” 된 것은 아니다. 포괄적 이민개혁안도 6월에 토론종결 투표만 두 번을 시도 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아직 의회 일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든 재투표가 가능한 것임을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의회가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아니라, 커뮤니티에서 얼마나 크게 목소리를 내고 압력을 넣는지에 있다. 현재 드림법안의 가장 큰 후원자인 딕 더빈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은 2003년 당시 그를 직접 만나러 온 한인 서류미비 학생의 증언을 듣고 감동을 받아 드림법안 지지를 결심하게 되었다. 현재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의원들이 연내로 드림법안을 통과시킬 확률이 몇 퍼센트인가”라는 질문이 아니라, “한인 사회는 드림법안을 전폭적으로 지지 및 추진할 정치적 의지가 있는가”라는 되물음이다. 한인 사회는 드림법안을 통과 시킬 의지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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