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일 예배 때 일어난 “예배 영상 증발 사건”*이 궁금하십니까?
사실은 저도 궁금합니다.
그래서 파헤쳐 보았습니다! 과연 그 배후는!
- 예배 영상 증발 사건이란?
초기 증상: 10시 40분 부터 용호가 예배당 앞에서 맨뒤로 뛰어가기를 여러 번 반복 함
본격 증상: 10시 55분 경 용호가 노트북을 뽑아 들고 예배당에서 걸어 나감. 이후 약 30분 경 스크린에 찬송가 가사 및 교독문 없이 예배 진행
결말: 11시 25분 경 용호가 다시 노트북을 가지고 돌아와 예배 영상 띄움. 이후 예배 정상 진행.
그것이 알고 싶다 “예배 영상 증발 사건”
1차 범인: 김용호
2차 범인: 짝퉁 USB 드라이브
3차 범인: AT&T
2009년 7월 4일
장소: 용호 숙소
오후 7시
예배 자료 받고 영상 파일 작성 시작
오후 8시
예배 영상 파일 작성 완료. 데탑 컴퓨터에서 노트북에 공유 폴더로 설정 되어 있는 램디스크에 드래그해서 파일 복사하고 적당히 애니 보다가 취침.
2009년 7월 5일
장소: 용호 숙소
오전 10시 5분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어서 교회로 출발하기 전 라우터의 내부 IP 주소 Port 포워딩 및 외부 IP 주소 확인. 바뀐 주소 없는 것 확인한 후 만일의 경우 VNC하기 쉽게 화면 해상도를 800×600으로 맞춰넣고 출발.
2009년 7월 5일
장소: 평화의교회 본당
오전 10시 25분
조금 늦게 도착해서 급히 영상기기 셋업 시작. 앗! 프로젝터가 어디 갔지? 안 보이네.. 일단 다른 것부터 셋업하면서 찾아보자.
찬양 파워포인트 파일이 들어있는 USB 겟. 이 USB 드라이브, SanDisk Cruzer 모조품이네.. 폰트를 교묘하게 조작해서 SanJisk 를 SanDisk 처럼 보이게 해 놓은 작품.
왼쪽이 모조품, 오른쪽이 진품.
- 잠깐 여기서 SanDisk Cruzer 란? USB를 오래 쓰다 보면 고장나 버리거나, 접촉 부분이 헐거워 지는 경우가 태반인데, 그런 일이 거의 없는 괜찮은 메이커. 일반 동급 USB보다 약 20% 정도 비싸지만 중요한 파일이 날라갈 경우의 정신적 타격을 생각하면 이걸 쓰는게 좋다능.
어쨌든 일단 USB 꼽고 파일 복사.
10시 28분
예배실을 아무리 둘러봐도 프로젝터를 찾을 수 없음. 다시 노트북 열고 진행 상황 확인하다가..
이 날의 첫 비극 발생!
USB 드라이브가 driver 설치를 완료했다고 마무리하려면 리셋하라고 “리셋하겠습니까? 예/아니오” 화면을 띄어놓았음. (진품 SanDisk Cruzer 는 이런 거 없었는데;)
아직 마우스를 안 꺼내놓은 상태라 터치패드로 조작하고 있다가 “Yes”를 누르는 불상사 발생
여기에는 IntelliPoint 의 “Automatically move pointer to the default button in a dialog box”라는 옵션 (대화창에서 클릭해야 하는 버튼이 나타날 경우 마우스 포인터를 그 버튼 위치로 자동 이동시켜줘서 손목의 수고를 덜어주는 소위 “똑똑한” 기능)과 터치패드가 버튼 클릭 없이도 클릭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똑똑한” 기능(보통 클릭을 하려면 마우스의 왼쪽 버튼을 클릭해야 하지만, 터치 패드를 가볍게 건드려주기만 해도 클릭으로 인식함)이 겹쳐서 발동 됨. 원래 의도는 마우스를 움직이기 위함이었어도 손가락이 아래처럼 패드에 닿은 후 바로 후속 움직임이 없으면 클릭으로 인식.
오늘의 불상사 이후 이 기능을 껐음. 다시는 쓰나 봐라 –^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재시작 대화창에서 “예”를 클릭하게 되고 컴퓨터는 꺼지기 시작 함.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재시작 하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그 사이에 프로젝터나 찾자, 라는 생각을 함
10시 31분
베렌도 길에서 성도들을 맞이하고 계신 목사님 발견. 목사님 왈 “아 그거 사무실에 있는데.. 같이 갑시다”
목사님과 함께 3층 사무실로 가서 프로젝터 겟.
10시 37분
돌아와서 찬양 영상 파일 염. 이걸 예배 영상 파일에 넣어야지 하면서 파일을 찾는데.. 파일이 안 보인다!
아차! 재시작 하면서 램디스크는 초기화 되지! 파일은 거기에 복사 해 두었었는데..
파일은 아직 집에 있는 데스크탑 컴퓨터에 있으니까 VNC 로 접속해서 파일을 스스로에게 보내주면 되겠다. 재빨리 핸드폰을 신호가 잘 잡히는 뒤쪽 창문 옆에 놓고 접속 시도.
김선남 집사님이 상황을 눈치 채 주고 프로젝터 연결 작업을 대신 해 주심. 감사함다 T.T
- 잠깐 여기서 용호는 왜 1993년 XT 시절에나 사용 되던 램디스크를 쓸까? 답: 노트북(EeePC 901)에는 하드 대신 SSD가 달려있는데 이게 Write를 반복 할 수록 빨리 마모되는 물건이기 때문에 최대한 오래 쓰기 위해서 2GB 램 중 384MB 램디스크를 만들어서 여기다가 TEMP 변수 및 인터넷 케시 파일들을 옮겨놓았음. 가끔 사내에서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공유 폴더 부터 자동실행 파일로 만신창이가 되기 때문에 공유 폴더도 램디스크 내로 한정.
으악! 평소에는 잘만 뜨던 3G 가 안 뜬다! EDGE로 연결하니 너무 느려.. VNC가 연결은 됬지만 화면이 거의 5초 당 세로 50픽셀씩 뜨는 상황. 거기다가 최근에 시작 된 AT&T측 속도 제한 때문에 거의 30초 쓰고 접속이 끊기는 상황.
- 잠깐 여기서 핸드폰으로 뭐하고 있나? 보통 Tethering 이라고 불리는, 핸드폰의 인터넷 접속 기능을 이용 해 컴퓨터를 인터넷에 연결하는 것을 하고 있음. 용호 핸드폰의 경우 WalkingHotSpot 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데이터 신호를 다시 Wi-Fi 무선랜으로 재송신 하고 있음. 3G는 핸드폰용 고속 인터넷으로 다운 50kb/s, 업 20kb/s 정도의 속도를 보임. 이것보다 훨씬 느린 2G는 EDGE라고도 불리며 56k 모뎀과 비슷한 성능. AT&T을 포함해 대부분의 미국 이통사는 3G를 도입한 지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간혹 2G 신호는 있지만 3G 신호는 없는 지역이 꽤 있다.
로딩 속도가 너무 느려 픽셀을 블럭 단위로 읽어드리는 상황을 찍을 수 있는 VNC 화면
한번 연결 할 때마다 아래와 같은 루틴이 필요함: 핸드폰에서 Walking HotSpot 켬 (2초) -> 핸드폰 AP 기동 확인 (10초) -> 노트북에서 연결 (3초) -> 핸드폰에서 접속 허가(2초) ->노트북으로 나머지 작업 (30초) -> 속도제한에 걸린 핸드폰을 재부팅(20초). 이 작업을 약 5번 정도 반복.
(여기서 용호가 예배당 맨 뒤로 달려가서 핸드폰을 조작하고 다시 앞으로 달려와 노트북을 조작하는 일을 반복했음)
10시 45분
큰 맘 먹고 찬양 예배 시작하는 타이밍에 모든 케이블을 뽑고 노트북과 핸드폰을 들고 맨 뒤로 달려감. 시작하려는 찰나에 자막 화면이 없어진 찬양팀 충격과 공포. 찬양팀 인도 박종화 목사님 노련하게 “다들 앞쪽 벤치에서 찬미예수를 꺼내주세요..” 멘트 시작.
10시 47분
연결 성공! 핸드폰을 뒤에 놓아두고 다시 앞으로 달려가 프로젝터 연결. 막 찬양 하려는 타이밍에 나타난 가사 화면.
10시 50분
1분도 지나지 않아 연결이 끊김 ㅠ.ㅠ. 어떡해.. 다시 노트북과 핸드폰 사이를 질주하며 이제는 무선 마우스로 앞을 보지도 않고 적절한 타이밍에 가사 화면 넘겨주는 신공 발휘.
10시 55분
그래! 3G가 있는 장소에서 연결 해 주겠어! 찬양 “형제의 모습속에 보이는 하나님 형상” 진행 도중 다시 노트북과 핸드폰 들고 이번에는 베렌도 길가로 나감. 찬양팀도, 이번에는 담임 목사님도(예배 전 5분인데 무슨 짓을..!) 충격과 공포.
10시 58분
일단 3G 신호가 잡히는 장소를 찾는것이 관건. 어머나 베렌도 길 전체가 3G 신호가 없어! 월셔길 정문 바로 옆으로 가서야 겨우 신호 잡음. 아마 베렌도 길 동서 양쪽으로 늘어선 고층 건물들이 주범인듯.
11시 0분
밖으로 따라나온 김선남 집사님 만나 상황을 10초만에 설명. “5분만 있으면 다운로드 받아서 다시 들어올 수 있습니다” 라고 했는데.. 집사님 납득하고 웃으며 들어감.
11시 1분
핸드폰을 땅바닥에 내려놓거나 앉은 상태에서 다리 위에 올려놓아도 신호가 사라짐. 할 수 없이 길가에 주차 해 있는 차 위에 핸드폰 올려놓고 길바닥에 앉아서 작업 시작.
- 잠깐 여기서 VNC란? 간단히 설명 하자면 다른 컴퓨터를 원격 조종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용호의 경우 사내 라우터 관련 포트를 개인 데탑 내부 IP(192.168.0.16이었나..?)로 연결 해 놓으면 외부에서도 접속 가능.
원활한 접속을 위해서 신나게 애니메이션을 다운로드 받고 있던 클럽박스 중지 (클럽박스가 업스트림을 거의 다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파일 전송이 느려질 수 있음)
- 주: 바스쿼시 짱이라능.. 추천 & 붐업(응?)
11시 4분
집에 있는 파일이 급히 필요 할 때 제일 빠른 방법은 VNC로 구글톸 띄워서 전송하는 방법. 노트북에서 구글톸 연결.
-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불안정한 접속 때문에 패스워드가 여러번 일부만 전송 되어 락 된 듯? 그것 말고는 설명이 가능하지 않음. 혹시 모조품 USB의 자동실행 파일도 아닌(자동 실행 기능은 원래 꺼놓았음) 드라이버 설치 정보 파일에 웜이 경품으로 들어가 있었나? 무서운 세상.. 하지만 확인 할 수는 없음. 요즘 조금 버벅대기 시작하는데 이번 김에 다시 포맷 해 볼까..
11시 6분
구글톸과 VNC 를 동시에 돌리니 드디어 핸드폰 3G 연결이 견디지 못하고 운명하심. 다시 핸드폰 재부팅 루틴..
- 잠깐 여기서 핸드폰 연결이 왜 이리 불안정 할까? 원래 AT&T 는 약관에 Tethering 을 불허하고 있음. 용호는 2006년에 Cingular사 가 존재 할 때 Cingular사 를 통해서 스마트폰의 세계에 입문했는데, 이 회사는 tethering 에 대해 관대한 편임. 그러나 그 후 AT&T가 Cingular 를 인수하게 되는데.. 기존의 Cingular tethering 사용자층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결정을 못내린듯. Cingular 측의 Tethering gateway도 폐쇄하지 않고 몇년 간 방치하다가 드디어 여러가지 제동을 걸고 있는 듯. 그 중 하나가 핸드폰 데이터 신호를 통해 과도한 트래픽이 발생 할 때 연결을 끊어주는 것인 듯 하다. 재밌는 것은 2G로 tethering 할 때와 3G로 연결 할 때 제한폭이 다르다는 점인데.. 2G로 연결하면 조금만 까닥해도 끊어지지만 3G로 연결하면 웹사이트 두세개 동시 접속은 거뜬히 소화 할 수 있다. 그 이상은 무리지만. 이게 시작 된 지 얼마 안 된 듯한데 (2주전에 DC에서 연결하다 처음 발견) 불행히도 오늘 아침은 예배당 뒷쪽에서도 3G가 안되 연결이 바로 끊긴는 일이 발생.
11시 9분
으악 벌써 교독문 다 읽었겠다! VNC로 재 연결해서 교회 폴더의 맨 밑에 있는 cop worship 6-25-09.pptx 파일을 네트워크 상의 사내 파일 서버에 드랍. 몇주전에 FTP 서버를 세팅해서 다행이야..
- 용호는 민족학교 사무실 2층에 사는데 약 1주 전 여기 파일서버를 FTP로 외부 연결이 가능하게 세팅 해 놓았음. 원래 목적은 민족학교 실무진들이 집에서도 업무 파일을 열어 볼 수 있도록 함이었지만.. 이것을 쓰지 않으면 웹메일을 열어서 파일을 첨부해서 보내야 하는데 그것은 트래픽의 소모량이 심해서 불안정하고 이메일이 도착할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도 있음. 2006년에 FTP서버를 사용 했다가 DDoS 공격으로 다운 된 후 사용을 중지했는데 이제는 리눅스 서버로 교체 했으니까 괜찮겠지..
11시 10분
FTP 로 연결해서 4메가짜리 파워포인트 파일 다운로드 하는데 약 5분.. 좋아 조금만 더 있으면!
11시 15분
다운로드 완료! 중간에 한번 끊긴 후 덮어쓰기를 안 쓰고 계속 받기 (Resume)를 했으니 파일이 제대로 전송되었는지 검토해보자
응? 이거 아닌데…?
헉 6월 25일 목요 찬양 예배 파일이잖아! 내가 왜 이것을 다운 받았지?
폴더에서 맨 밑에 있는 파일을 가져왔으니까 1) 새 파일이 맨 밑에 추가되어도, 2) 날짜순으로 정렬되어 맨 마지막 파일이 최신 파일이라도, 맨 밑에 있는 파일이 어제 작업 한 파일일텐데, 어째서 6월25일 파일을 가져왔지?
VNC로 접속 하기 쉽도록 집 나오기 전 데탑 해상도를 최소인 800×600으로 맞춰 놓았었는데, 노트북 화면 해상도가 1024×600 이고 데탑 해상도가 800×600라서 노트북 상단의 작업관리자의 40 픽셀을 빼면 전체가 나오지 않는다! 즉 맨 밑의 파일은 스크롤바를 밑으로 내려야 보인다는 얘기..
다시 11시 9분 시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반복.. 아아 이제 잘못하다간 성경 읽기도 놓치겠다
11시 21분
다운로드 완료.
11시 22분
모든 것을 초월 한 표정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온다.
11시 23분
프로젝터를 연결하니 목회 기도 하는 순서. 아아 성가대 찬양 바로 다음이 성경 봉독이구나.. 정말 다행이야.. 정말 다행 ㅠ.ㅠ
후기
알고 보니 교회 바로 입구에서 벨킨이라는 암호 없는 무선랜이 잡히더군요? 그렇지만 예배당 내부까지는 신호가 안 옴.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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