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길이는 나름 극과 극을 달려왔다. 고등학교 졸업까지는 이마에 난 점을 가리고 싶어서 머리가 엄청 길었고, 칠레에서 대학 입학 후 mechoneo 를 당하면서 머리를 싹 밀었는데 그게 너무 시원해서 계속 유지를 했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는 내가 돈을 아낀다고 바리깡을 들고 내 머리를 빡빡 밀었다. 머리를 빡빡 밀면 그게 또 자랄때까지 시간이 꽤 많이 걸려서 자주 안 깎아도 된다는 점도 그렇게 한 이유 중에 하나였다.
2012년에 머리가 큰 변화를 겪었는데 이건 순전히 오바마 탓이다.
오바마가 하도 선거에서 대박을 터트려서 오바마랑 아무런 관계가 없는 투표 참여 캠페인을 하던 내게까지도 영향이 가서 당시 우리가 했던 캠페인 중 가장 큰 규모의 선거 참여 캠페인을 하게 되었다. 자원봉사자가 50명씩이나 매일 저녁 사무실에 바글바글 모여 전화를 했고 55,000 명 전화, LA+OC 백프로 연락시도 달성, 8,000 명 연결 등 그때까지의 모든 자체 기록을 깼다. 대인과 나는 둘 다 1시에 출근해서 9시까지 일했고 오전에는 좀 쉬고 언론 홍보나 설명회, 자료 제작을 했다. 그러다보니 두달이 넘게 머리를 깎을 시간이 없었는데, 머리만 깎을 시간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수염도 깎을 시간이 없었다.
이렇게 선거 시즌이 깊어가면서 머리도, 수염도 자라서 선거가 끝나자 머리를 물로 적셔서 한쪽으로 쓸어넘겨야 할 정도였다.
본의 아니게 수염을 기르고 보니 이게 또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염을 밀고 다니면 매일 매일 깎아야 티가 안 나지만, 적당히 길러두면 1-2주 정도 안 깎아도 잘 표시가 안 난다! 너무 편하다! 그래서 요즘은 머리는 이발소에서 1번 칼로, 수염은 면도기에 1.8mm 짜리를 씌워서 깎고 다니는 걸로 정리했다..
2012년을 전후해서 수염도 머리도 기르기 시작하니까 주변 사람들이 용호가 무슨 대단한 결심을 했나, 외모 변화를 시도하기로 했나 궁금해한다.
그런거 아이다.. 이게 다 오바마가 잘못해서 그런기다..
- 셀카를 안 찍어서 남은 사진이 죄다 단체 행사 사진인건 비밀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