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갖고 놀자구요

Quietly and mostly to myself, The Mac Weekly 2003/04/25

전 “먼지” [dirt] 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한번도 없어요. 그것은 화학 실험실이었죠. 애들이 종기 종기 모여서 “먼지”를 실험용 깔대에 넣은 후 과연 이것이 생물을 지니고 있을까 아닐까에 대해서 논쟁 중이었어요. 아니, 뭔소리야.. (깔대에 먼지가 끼여 있다구? 미생물 얘기 하는 것일까?) 하다가 제 친구가 그건 흙 얘기 하는 거야, 라고 설명을 해주었죠. 땅에서 주운 흙? 그걸 왜 먼지라고 하는 거지?

우리 동생이랑은 앞뜰에서 자주 놀곤 했어요. 비밀 무기 동굴을 열심히 파거나, 달 기지로 가는 기찻길을 짓고 거기서 요상한 모양을 가진 돌로켓을 발사하곤 했어요. 아님 호스를 가져와서 개미집에 홍수를 멕이기도 했었죠. 다른 애들은 학교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우릴 보곤 그 은하계를 초월한 나쁜 세력들의 무기를 찾는 모험에 뛰어들었어요.. 그러는 동안 우리의 손톱 사이엔 “먼지”가 쌓이곤 했었죠.

흙은 지저분 한 것이 아니라죠. 약간 축축하고 차갑기도 해서 손등의 털이 올라서는 것을 느낄수도 있었어요. 건강한 냄새도 났구요. 한참 놀고 나면 바지에 흙이 잔뜩 묻고 옷이 다른 어르신 보기에 적당하지가 않아서 엄마가 막 화를 내곤 했지만, 뭐 그게 우리 관심사였나요? 집 기초에 힘있게 박혀있는 뿌리를 파보다가 희귀한 지렁이를 발견하는 재미는 그 무엇도 대체하지 못할거에요.

왜 영어에는 흙이라는 단어가 없는 거죠. 지구 [earth]. 먼지는 씻어야 하는 거에요. 땅[soil]은 농부들이 작업하는 곳이에요. 지구는 울 살리나스 셈의 지리 교실에 멀뚱멀뚱 세워 놓은 동그랗고 관념적인 것이에요. 흙이란 단어를 딴 걸로 바꿀수는 없어요. 아니 왜 먼지 갖고 놀면 안되죠. 그게 지저분하기 땜이라네요. 위험한 비료가 섞여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네요. 접착력도 없어서 탑도 못 만들기 때문이라네요.

지저분하게 살자구요. 흙 가지고 노는 것은 건강한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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