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 ytnradio us m news read asp seq=36377.9999

가끔씩 상담을 하게 될 때 답답한 것이 피해자의 앞뒤 없이 패해당한 것과 억울하다는 것만 반복하는 서술 스타일이다. 어디서 뭘 누구에게 어떤 맥락에서 당했는지는 빠지고 “그 사람 나쁘다”와 “억울해서 피가 솟구친다”만이 남게 된다. 상담 할 때 어떤 법을 어겼는지, 어떤 전문가가 필요한지 파악해서 안내를 해줘야 하는데 이러면 간단한 수도 있는 리퍼럴 제공하는것에 시간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 특히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몇가지 질문만 해도 팍 반응하며 “내가 억울해죽겠는데 뭘 의심하고 들어!”라는 반응을 보이면 이 사람은 상담이 필요한게 아니고 그저 위로 해줄 친구가 없어서 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러니까 상담해주는 사람은 무조건 내 편이어야 되고 만에 하나 아니라는 기미가 보이면 다시 감정 곰격을 통해 나의 억울함을 어필하는 거다.

물론 아주 억울한 일을 당하면 화가 나서 정신이 없고 억울하다는 것밖에 생각 안 날수도 있다. 그렇지만 집에서 혼자 우는 것이 아니라 상담을 하러 왔으면 상담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내가 당신 엄마라면 또 모르겠지만.. 아니 사싫 내가 엄마라도 가해자가 내 앞에서 있고 다시(계속) 피해자를 때리려고 하거나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일단 사실관계부터 들어봤으면 좋겠다.

인간의 본성이 원래 그런건가 하고 있었는 데 이 기사를 보고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제목) 린다 김 폭행 어쩌고
http://ytnradio.us/m/news-read.asp?seq=36377.9999

린다 김이라는 돈많고 힘있을 것 같은 사람이 5천 달러를 빌렸는데 채무 만기가 되어 돈을 돌려달라는 사람에게 돈은 돌려주지 않고 욕을 하고 뺨을 때리고 무릎을 꿇혔다는 기사다. 이 기사를 읽으면 “돈 많은 것들이 꼬라지는..”라는 생각도 들지만 일단 사실관계가 궁금하지 않을수가 없다. 엄청난 갑부라는 사람이 왜 고작 오천 달러를 빌리지? 은행 대출 같은거는 못 받는 건가? 갚을 생각도 없으면서 채권자는 왜 만난거지? 백보 양보해서 이 사람이 뭔가 미친 거라서 채권자를 만나서 뺨을 때리고 욕을 했다고 치자. 채권자가 남자인것 같은데 무릎은 어떻게 꿇린거지? 무릎을 꿇는 신체적 동작은 나보다 힘센 사람이 힘으로 어떻게 한다고 해서 가능한게 아니다. 내가 자발적으로 꿇ㄹ어야 한다. 그 과정에 위협 등이 들어갈 수는 있겠다. 어쩄든 내가 무릎을 꿇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무릎을 꿇린거지? 채권자의 약점이라도 잡았나? 깡패들을 동원했나? 의문 투성이일 수 밖에 없다.

근데 기자들은 별 의문도 없이 이런 사실들을 그냥 쓰기만 하고 있다. 분명 사실관계가 요약될 것일텐데, 요약을 이따위로 밖에 못하나? 나머지 관계들을 어떻게 독자가 알아서 연결하라고..

이 기사에는 “린다 김이 나쁜 놈이고 채권자는 억울하다”라는 서술밖에 없다. 그게 피해자의 증언 내용 전부라고 하더라도 언론에서는 좀 말이 되게 조사를 하고 밝혀봐야 하는게 아닐까?

혹시 이런 무책임한 보도 행위가 사람들에게 잘못된 습관을 들여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맨날 이런 기사만 보니까 “나도 내가 억울함을 주장하려면 이렇게 즉흥적인 감정에 호소해야 한다”라고 생각하게 된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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