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선교의 동역자님들께

페루 선교의 동역자님들께
김명수, 오주엽 선교사
2007.8.17

페루에 진도 7.9의 대지진이 있었습니다.
아니, 아직도 여진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 저희에게 전화를 주셨는데, 통화가 안되어 걱정을 하셨습니다.
지진이 있던 날 마침 저희가 다른 지역을 방문 중이었기 때문에 전화를 받지 못했었습니다.
핸드폰은 가져 갔지만, 통화 폭주로 전화국 기능이 마비되어 통화가 안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모두 여러분의 사랑과 관심의 열매이기에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제가 목회하는 시내산 교회 성도인 Alejandro Inga 형제가 여러달 전부터 자기 고향에 교회를 세우겠다면서 저에게 방문을 요청했었습니다만, 제가 시간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낙심하지 아니하고 혼자 여러번이나 고향을 방문하여 전도하고 선물도 가져가곤 하였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에 한소망교회와 평화교회의 단기 선교도 마쳤고, 신학교 개강은 다음 주라서 시간을 내어 시내산교회의 지도자 2분과 알레한드로 형제, 저희 부부 5명이 2일 예정으로 지방에 갔던 것입니다.

행정 구역상으로는 Jauja에 속하고 Huancayo에서 가까운 Cincos라는 곳에 있는 작은 마을 Cuti Cuti에 다녀 왔습니다.

아침 8시 30분경 리마를 출발하여 중앙고속도로(2차선 국도 수준)를 따라 4818m의 ‘띠끌리오’를 넘어 ‘씬꼬스’까지 가고, 거기서부터 비포장 도로로 다시 ‘꾸띠꾸띠’까지 가니 벌써 오후 4시였습니다. 그래서 알레한드로 형제가 남아서 연락을 하기로 하고, 저희는 마을에서 나와 ‘우안까요’라는 도시에 가서 숙소를 정하고 식사하러 나가는데 지진이 있은 것입니다.

‘우안까요’는 안데스 산맥 건너편의 도시였지만 거기서도 진도 4 이상의 흔들림이 있어서 시민들이 집 밖으로 뛰쳐 나와 불안해 하였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전화가 불통돼서 저희도 리마의 사정을 몰라 TV의 뉴스만으로 상상할 뿐이었습니다. 다행히 인터넷 등을 통해 이상기 목사님, 김현곤 목사님이랑 연락이 돼서, 그날 밤은 그런대로 주님께 맡기고 쉬고, 다음 날 6시에 숙소를 떠나, 먼저 다시 Cuti Cuti에 가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꾸띠 꾸띠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찬양과 기도를 드린 후에 말씀을 전하고, 한소망교회 선교팀이 가져오셨던 선물들 중 일부를 주민들에게 전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마을을 떠났습니다. 이어 인근 더 큰 마을에서 학교를 방문하고, 여러 의견을 들은 후에, 리마로 돌아오는 길에 올랐습니다.

안데스 정상을 넘기 전의 마지막 도시인 Oroya까지는 잘 나왔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지난 밤에 지진에 무너진 중앙고속도로의 일부가 아직도 복구가 안되어 차량 통행이 중단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중앙고속도로는 안데스 중부지역에서 리마로 가는 유일한 도로입니다.

거기서 도로가 아직도 연결 안된 것을 알고 난감해 하다가, “그래도 가보자..”라는 의견이 우세해서(4:1) 출발했는데, 산을 넘어 한참 내려가다 보니 드디어 길게 늘어선 줄의 맨 끝에 붙게 되었습니다. 그 줄이 얼마나 긴줄도 모르고 그 뒤에 서 있는데, 앞에 있던 승용차 하나가 휙- 유턴을 하더니 뒤로 돌아 가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다른 반 트럭 하나도 휙 돌면서 저더러 따라 오라 손짓을 하는 것입니다.

잠간 망설이다가 저희도 유턴을 해서 따라 갔더니, 조금 되 돌아가다가 산 아래로 이어지는 비포장 비탈길을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래로 한참 내려가니 거기 오래된 구 도로가 있었습니다. 이젠 돌아 설 수도 없어서 그 험한 비포장 도로를 승용차로 죽을둥 살둥 한 4-50분을 따라 가니 거기도 또 다른 긴 줄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보니 산 중턱으로 긴 줄이 하염 없이 뻗어 있었고, 우리는 그 줄을 단축하여 중간으로 끼는 다른 줄에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30분쯤 기다리다 한 5분쯤 벌벌 나아가고, 다시 기다리기를 반복하여 그 때부터 9시간만에 집에 도착했었습니다… 그것도 중간에 구도로를 이용한 덕에 한 4-5시간은 단축한 덕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절벽이 무너져서 바위와 흙으로 길이 막힌 지역(무너진 위로 우선 차량 한대가 통과할만큼 길을 뚫어서 경찰들이 양편의 차량을 교대로 통과시키고 있었음)을 통과하면서, 저희 뒤의 트럭은 20시간만에 빠져 나왔다고 하는 말을 들으니 미안하기도 했습니다만….

그러나, Pisco Ica Cañete 등지의 지진 이재민에 비하면 저희들이 도로에서 겪은 어려움은 어려움도 아닙니다.
현재까지 480여명의 사망자와 2000여명의 부상자, 수만채의 주택 파손은 오히려 작은 일로서, 더 큰 문제는 수십만명의 이재민들이 먹을 빵과 음료수가 공급이 안되는 것과, 밤이면 추위와 더불어 강도와 도둑의 위험 앞에 고스란히 나 앉아 있는 것입니다.

사망자 중에는 카톨릭 성당에서 죽은 사람이 많은데, 이는 8월 15일이 ‘성모 마리아 승천일’이라고 로마 교황이 선포했기 때문에 성당에서 미사 드리다가 성당 지붕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재난에 죽음 당한 것도 가슴 아픈데, 그것도 거짓 교리에 속아 죽은 마리아가 살아 승천했다고 찬양하다가 죽었으니 더 가슴 아픈 일입니다.

페루의 이재민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이 주님의 위로를 받고 이 어려움을 이길 수 있도록 힘 주시기를 기도해 주십시요. 주님의 참된 교회들이 참 복음을 속히 선포하여 페루인들이 거짓 카톨릭 교리로부터 자유롭기를 기도해 주십시요.
페루 정부 당국자들에게 사랑과 지혜와 의를 주십사고 기도해 주십시요.

저희 신학교는 70년된 흙벽돌 건물입니다만, 이번 지진을 아주 잘 견뎌냈습니다. 거울 하나만 떨어져서 깨졌고, 나머지는 아주 말짱했습니다. 시내산교회도 얼마 전에 2층 바닥 보수를 한 덕분에 이 지진에도 바닥과 벽에 약간의 금이 간 것을 제외하고는 아주 잘 견뎌냈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저희 이동병원의 진료 차량은 지금 지진 지역인 Pisco에 가서 적십자사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다음 주에 적십자사와 동행하여 현장에 들어가 진료 활동과 구호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안타까울 뿐입니다.
주님께서 저희들을 잘 인도하여 주시기를 기도 바랍니다.

주님께서 모든 이재민들의 상한 심령을 어루만져 주시고, 정부 당국자들에게 지혜와 사랑과 의를 주시기를 다시금 기도드리오며..

페루 리마에서, 김명수 오주엽 선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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